세계영화사

프랑스 인상주의, 시적 리얼리즘

 

 

20101113

 


 

프랑스 인상주의, 시적 리얼리즘

주요 감독, 작품, 특징들

 

I.      프랑스 인상주의(Impressionism) 영화 (1920 ~ 1928)

 

1.    인상주의 영화란?

초현실주의와 더불어 1920년대 프랑스 영화의 주류를 이루었던 2대 조류의 하나이다. 영화를 예술로 인식하였고, 전통적인 기법을 거부하며 자극적이고 모호한 느낌을 준다. 인상주의라는 개념은 원래 회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대상에 대해 작가가 받은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인상주의 회화의 작가들은 세라, 모네, 마네 등이 있다. 어쨌든 인상주의 영화는 이러한 개념을 영화에서도 유사하게 적용한 것인데, 멀리서 객관적인 사실을 찍거나 바라보는 카메라가 아니라 직접 카메라를 달고 움직이거나 카메라를 던지는 등 주관적인 시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델릭(Louis Delluc), 뒬락(Germaine Dulac), 엡스탕(Jean Epstein), 강스(Abel Gance), 레르비에(Marcel L'Herbier), 그리고 르노아르(Jean Renoir) 등이 대표적인 감독들이다.

인상주의 영화에서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유수한 실험이 행해졌다. 예컨대 강스의 <나폴레옹>에서는 275mm 망원렌즈가 사용되었는가 하면 폴라비전이라 불리는 다중화면과 대형화면비율이 채택된 바 있다. 또 시점을 표현하기 위해 크레인, 전차, 이동 사다리, 롤러 스케이트, 썰매, 자동차 등을 사용했으며, 이들은 찰나적인 내면적 인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상과 같은 영화적 묘사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여 침체된 프랑스 영화산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했으며, 이후 30년대와 50년대의 르네상스기를 이루는 동안 내내 프랑스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로 주조를 이루도록 공헌하였다. 반면에 이 같은 추세는 점차 영화감상의 엘리트화를 초래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20년대말의 대공황과 유성영화의 출현으로 인해 그 추진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따라서 인상주의는 20년대 초반에서 1928년경까지를 대표한 하나의 사조였다고 볼 수 있고, 심리주의적인 이야기체나 주관적 카메라, 또는 역동적인 편집 등을 통한 리얼리티의 인상주의적 표현이 그 업적이었으며, 이후의 프랑스 영화의 특징적 스타일로 확립되었음은 물론, 데렌(Maya Deren)이나 히치코크(Alfred Hitchcock) 같은 외국의 감독들과 할리우드의 몽타쥬 시퀀스같은 기법, 그리고 공포영화나 느와르 영화 등의 장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주요 감독, 작품

1)    루이 들뤼크 (Louis Delluc, 1890~1924)

《열광》(1921)

《아무데도 없는 여자》(1922)

 

2)    아벨 강스 (Abel Gance, 1889.10.25~1981.11.10)

《철로가의 백장미》(1923) 

《나폴레옹》(1927)

 

3)    장 엡스탱 (Jean Epstein, 1897~1953)

《진심》(1923)

《아름다운 니벨네즈호()(1923)

 

II.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

1.    시적 리얼리즘의 배경

1930년대에 프랑스의 두 거대영화사였던 파테와 고몽의 해체는 소규모 독립 영화 제작사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1935년 이후에는 전체 프랑스 영화의 90%가 소규모 독립 영화사에서 만들어졌는데, 이는 프랑스 영화 산업에 있어서 행운이었다. 독립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은 이 기간에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었고 대형영화사의 배급망뿐만 아니라 그들의 스튜디오와 기술까지도 이용할 수 있어 프랑스 영화의 독자적인 미학을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독립 영화인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장 비고, 마르셀 까르네, 줄리앙 뒤비비에, 장 르노와르 등을 포함하는 한 집단은 시적 리얼리즘 학파라는 이름으로 묶여진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1차 대전 후 국제 시장을 완전히 석권한 상황에서 이들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쇠퇴해 가던 프랑스 영화의 국제적 명성을 되살렸다. 또한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은 인민 전선의 부상과 몰락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것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인민전선은 1936년에 권력을 쥐게 되는 좌익 연합 정당이었다.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이 정당은 사회적 개혁의 발판으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은 경제적인 문제와 전쟁 위협으로 온전히 수행될 수 없었다. 이 정당은 1,000일 동안 권력에 머물렀지만 출범 6개월 후에 이미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개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그대로 시적 리얼리즘의 영화에서 재현 되었다. 장 르노와르의 <랑주씨의 범죄_1935>, <인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_1936> 등은 인민전선에 대한 초기 낙관론이 그려져 있으며, 마르셀 까르네의 <안개 낀 부두_1938>, <새벽_1939>과 르노와르의 <게임의 규칙_1939>등은 인민 전선의 쇠퇴와 전쟁의 불가피성에서 느끼는 비관적인 경향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2.    시적리얼리즘 경향

시적 리얼리즘 영화는 미장센을 강조한다. 실내 장식이나 세팅 그리고 조명에는 치밀한 주의가 기울여졌지만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시적 리얼리즘은 다큐멘터리식의 사회적 리얼리즘이 아니라 하나의 재창조된 리얼리즘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리얼리즘은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하는 매우 양식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의 일부분이 스튜디오 내에서 재창조되는데 이것은 거의 비현실적인 리얼리즘이다.

미장센을 양식화한 이 리얼리즘은 내러티브 내에서 시적 상징주의와 조화를 이룬다. 내러티브는 숙명론으로 가득 차 있고 일반적으로 남성 주인공에게는 불우한 운명이 지어져 있다. 영화의 "디제시스"는 잘 짜여져 주인공의 분위기에서 이미 파멸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고통을 당하는 남성의 미장센이다. 세팅, 몸짓, 움직임, 유무언의 의사소통 등은 모두가 파멸의 상징이다. 조명 효과도 마찬가지다. 측면 조명은 주인공의 얼굴에, 부분 조명은 그가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에, 그에게 상징적인 가치를 갖는 대상물에는 하이라이트 조명이 사용된다. 특히, 이 대상들이 영화에 반복해서 나타나고 주인공이 이에 반응하면서 그의 파멸을 암시한다. 이 대상들은 영화 전체를 통해 영향을 주며, 추상적인 상징으로 기능한다.

영화 과정의 모든 측면들이 잘 결합해 이러한 시적 리얼리즘의 분위기를 창조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이 영화들이 공동 작업의 결과였다는 점에 있다. 감독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도 있었고, 무대 감독, 조명 감독, 영화 음악을 위한 작곡가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마르셀 까르네는 그의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써준 시인 자끄 프레베르와 함께 일했으며, 그의 무대 감독은 알렉산더 트로네르였고, 조셉 코스마는 그의 단골 작곡가였다.

 

3.    대표적 감독과 작품들

1)    장 르노와르 (Jean Renoir 1894-1979)

《나나 Nana(1926)

《밑바닥 인생 Les Bas-Fonds(1936)

《위대한 환영 La Grande illusion(1937)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1910년대 후반 채플린과 스트로하임의 영화를 보고 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와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 시대의 화려한 개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는데, 프랑스 정신의 인간성과 예술적 기교를 전형화 하는데 주력했다. 러시아에서 개발 된 몽타쥬 기법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딥 포커스, 소리와 시각을 일체시키면서 영상의 풍부함을 확대시켰다. 1941년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5편의 작품을 연출했으나 평가는 미미했다.

 

2)    장 비고 (Jean Vigo, 1905.4.26~1934.10.5)

《품행 제로》(1933)

《라탈랑트호》(1934)

1905년 파리 태생으로 복잡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아버지는 호전적인 무정부주의 운동가로 그의 나이 12살 때 감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발작으로 병원에 수감되기도 하였다. 영화제작 후원은 물론 장 비고의 모든 작품에서 촬영을 맡은 보리스 카우프만과 함께 <니스에 관하여_1930>, <다리_1931>, <품행제로_1933>, <라따랑뜨_1934> 등 네 작품을 만들고 29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개인적 자유에 초점을 맞춘 이들 영화는 시적 리얼리즘의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3)    마르셀 까르네 (Marcel Carne 1906.8.18~1996.10.31)

《안개 낀 부두 Le quai des brumes(1938)

《새벽》(1939)

마르셀 까르네는 시인이며, 시나리오 작가인 자끄 프레베르와 공동으로 걸작들을 만들었다. 그들은 함께 시적 리얼리즘의 전형을 완성하였는데, 숙명적인 사랑의 주제와 꽉 짜인 구조, 그리고 실제 현실 세계를 환기 시키는 상징적인 스튜디오 개조물들이 그들의 독특한 미학적 특징을 이룬다. 그들이 만든 2편의 위대한 영화 <안개 낀 부두_1938>, <새벽_1939>은 사회를 향한 어둡고 절망적인 그들의 시각을 일관성 있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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