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

<전함 포템킨> 감상문

 

 

2010113

 


 

전함 포템킨 Bronenosets Potemkin (1925)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Sergei Eisenstein

 

 

전함 포템킨은 1차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0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제정 러시아는 러일전쟁에서 패배하여 민심이 극도로 흉흉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덕분인지 영화 초반에 일본에서 덜 굶주릴 것이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감독인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은 소련이 낳은 걸출한 영화 감독으로 몽타주 기법의 대가 쯤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이 전함 포템킨에서도 몽타주 기법이 (내가 봤을 때) 엄청 많이 쓰인 것 같다. 이 영화는 동구권과 서방을 가리지 않고 극찬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란한 편집으로 의미심장한 영상들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을 보니 과연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은 전함 포템킨에서 수병들이 썩은 돼지고기에 대해 항의로 시작한다. 수병들이 썩은 돼지고기에 항의를 하는데, 지휘부에서는 구더기는 해충이 아니라며 소금물에 씻어서 먹으면 된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수병들을 해산시킨다. 구더기가 엄청 많은 고기를 클로즈 업 해서 보여주는데 정말 끔직했다. 당연히 분노한 수병들은 썩은 돼지 고기 수프 먹기를 거부한다. 여기서 수병들은 수프를 먹지 않으면서 매점에서 통조림 따위를 사먹거나 다른 빵(?)류를 먹는 것 같은데, 왜 그것들을 식량으로 배급하지 않는지는 아직도 의아하다. 어쨌든 이러한 수병들의 행동에 분노한 지휘부에서는 수프를 먹지 않는 수병들을 사형시키려 한다. 지휘부들의 명령을 받은 경비병들이 수병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촉즉발의 순간, 그리고 수병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수병 바쿠린추크의 선동으로 봉기가 시작된다. 지금이라면 당연하게 반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병들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막장 지휘부는 인내심 강한 수병들마저도 봉기하게 만든 것이다. 때문에 이 봉기하는 순간에 나는 꽤나 통쾌한 기분이었다.

이어지는 봉기장면, 그리고 봉기할 때 희생된 바쿠린추크를 애도하는 오데사의 시민들이 계단에서 학살당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현란한 교차 편집은 큰 장면과 하나하나 구체적인 장면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그 현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게 하고, 뭔가 점점 급박하게 끓어오르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폭발적인 클라이막스를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현란한 교차 편집은 만약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있지 않다면 도무지 무슨 장면인지 모르게 할 수도 있었다. (영화를 절반씩 이틀에 나눠서 봤을 때, 나의 집중도가 조금 달랐다.)

전함 포템킨은 오데사 시민들이 학살당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지휘 계급의 본거지라고 나오는(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페라 하우스를 파괴한다. 하지만, 학살장면에 비해 이 반격장면은 조금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금방 끝나버리고 상징적인 장면만 보여주고 넘어가서 나름 통쾌한 반격(?)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었다.

조사해 보니 이 영화는 1905 6 27일 실제로 있었던 전함 포템킨 반란 사건을 바탕으로 2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반란이 마치 프롤레타리아 해방 혁명의 은유처럼 보여진다고 한다. 반란의 구체적인 요소들이 혁명의 것으로 비유되고, 후반부의 전함들의 모습에서 당시 러시아 외의 열강들의 모습을 찾는 것을 보면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렇게 많은 것을 담으려 했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몰입과 환호를 이끌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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