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

<안개 낀 부두> 감상문

 

 

20101110

 


 

안개 낀 부두 le quai des brumes [port of shadows] (fr-1938)

감독 마르셀 카르네 Marcel Carne

 

안개 낀 부두, shadow에 안개란 뜻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 덕분에 알았다. <안개 낀 부두>는 이전까지 감상한 영화와 달리 1930년대 작품으로 유성 흑백 영화이다. 그리고 프랑스 영화로서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의 대명사라 불리는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작품이다.

먼저,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느낀 점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주인공을 대하는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묘하게 친절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처음 등장해서 르아브르를 가기 위해서 히치 하이킹을 한다. 대범하게 어두운 밤 도로 한복판에서 시도하고 곧장 성공해서 트럭을 얻어 탄다. 이 당시 사람들이, 또는 이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계속해서 운전수가 담배를 권하고, 심지어 주기도 하고, 기분 나쁜 말투에 싸울 분위기에서도 주인공의 한 마디에 대번에 누그러진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것은 계속 이어진다. 갑자기 나타난 약간 모자란듯한 취객이 땡전 한 푼, 잠잘 곳 없는 주인공을 파나마라는 술집으로 데리고 간다. 술집 주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공을 받아주고는 주인공이 배고프다고 버럭하고 화를 내자 빵이랑 수프 등을 준다. 마치 자신들은 충실한 조연이라는 듯, 나는 당당한 주인공이라는 듯한 느낌이 약간은 작위적이고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는 인물들의 대사에서 느낀 점이다.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시대적인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대사가 일상적인 말도 있었지만, 일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대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금방 지나가는 몇 장면이지만 내용을 보면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안개라는 말은 등장인물들에게 굉장히 조심스럽고 의미가 있는 말로 보여진다.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암울한 인생들, 스토리 결말에서 보이는 비극 등을 암시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불어와 중국어가 얼핏 비슷하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혹시, 두 언어의 어원에서 어떤 연관성이 있진 않을까?

세 번째로 느낀 것은 사운드를 영화의 내러티브를 위해 적절히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예전에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사운드가 상당히 정교하게 처리된 것 같았고, 어색하지 않으면서 내러티브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작업을 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넬리가 계단 밑에서 단추를 주을 때, 위층의 대화소리가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하면서 소리크기가 조절되는 장면과 몇몇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적당한 주점 소리와 또렷한 대화소리가 함께 들리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사운드가 영화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내러티브를 분명히 하도록 발전했다는 건지 몰랐지만 직접 보면서 확인하니 이해가 쉬웠다.

마지막으로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었다. 먼저 조금 웃긴 장면들이 있었는데, 넬리가 바람처럼 달려가서 달리고 있는 전차에 타는 장면과(깜짝 놀랐다) 뺨을 아주 실감나게 맞는 장면(연타로 막 때린다), 그리고 어른들이 정장을 입고 신나게 범퍼카를 타는 장면 등이 조금 웃기면서 옛날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 여주인공 넬리가 17세라 밝히는 장면도 나를 라게 했다. 엔딩 장면인 장이 총에 맞는 장면도 인상 깊었는데, 처음 장이 사람에게 총을 쏘는 것에 대해 트럭 운전수에게 말한 것을 꼭 이미지화한 듯 했다. 그 장면을 보며 처음 그 장의 묘사가 딱 떠오르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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