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

<선셋 대로> 감상문

 

 

20101013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1961)

감독 빌리 와일더

 

 선셋 대로는 실제로 LA에 존재하는 지명이라고 한다. 영화는 과거 유명한 여배우의 저택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 사건을 비추면서 시작된 내레이션과 함께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사실 그 주인공이 사망한 남자라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아챘다.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인 조는 매번 시나리오를 퇴짜맞고, 결국엔 돈이 없어서 자동차를 압류당하게 되는 처지이다. 자동차를 압류하러 온 사람들을 피해서 달아난 조는 한 거대하고 텅 비어 보이는 저택에 숨게 된다. 저택에는 과거 무성 영화의 거목이었던 노마 데스몬드와 집사 맥스가 살고 있다. 조는 원숭이의 장의사로 오해 받아서 저택에 들어왔다가, 노마 데스몬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려고 쓰고 있던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작업을 맡게 된다.

 이 영화는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기이한 동거 속에서 과거의 영광에 빠져 살고 있는 할리우드의 한 여배우의 모습과 돈 많고 늙은 여자의 애인인 한 젊은 남자의 삶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여배우와 같이 과거의 영광을 놓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한 늙은 집사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여주인공인 늙은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의 정신상태를 양파를 벗기듯 하나씩 벗기며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영화계로의 복귀를 꿈꾸며 작성한 수많은 시나리오,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자신의 영화를 감상하는 일, 젊은 애인 조에게서 사랑을 얻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 등 그녀의 내면에 점점 다가가는 느낌을 준다. 영화 속의 모든 장치에서도 그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하고 호화스러운 저택의 낡은 모습과 그 저택에 살고 있는 단 3명의 거주자, 그리고 화려하고 값 비싼 치장과 대비되는 옛 영광만을 쫓는 여배우의 모습 등 많은 부분에서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곳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을 볼 수 있다.

 영화는 몇 가지 사건과 갈등들로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조용하지만 노마와 맥스의 기이한 광기에 지친 조는 밤마다 베티와 만나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며 사랑에 빠진다. 이를 알아낸 노마는 베티에게 조와 자신의 관계를 말한다. 조는 베티를 불러 자신과 노마와의 관계를 솔직히 말하고 베티를 떠나 보낸다. 그리고 역시 자신도 노마를 떠나려고 한다. 노마는 과거의 영광을 놓지 못하듯이 자신의 사랑에도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 떠나려는 조를 총으로 살해하고 만다. 이 사건이 바로 영화 처음에 나온 살인 사건이다.

 마지막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노마를 취재하러 오고, 광기에 빠진 노마는 이것을 자신이 기다리던 영화의 카메라로 착각하며 연기한다. 집사인 맥스는 마치 감독처럼 기자들을 지휘하며 노마의 모습을 촬영한다. 이 장면에서의 어떤 지독한 비꼼 같은 것이 더욱 그들의 비극을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과연 명작이라고 할 만한 어떤 힘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것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고, 더불어 이러한 명작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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