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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사 |
<마부> 감상문 |
2010년 10월 6일 |
마 부 (1961)
감독 강대진
마부, 감상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나를 빠져들게 하는 멋진 영화였다. 1961년 이면 벌써 대략 50년 전의 영화이다. 1952년 작품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았던 나는 당연히 컬러영화 일 줄 알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영화는 흑백이었다. 약간의 실망을 감추고, 영화에 집중하는데 어쩐지 말하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었다. 왠지 소리와 영상이 약간 싱크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그냥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말투가 워낙 지금과 달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0년 전의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보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그만큼 뒤떨어졌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실망이야 어쨌든, 볼수록 영화는 재미가 있었다. 왠지 친숙하고 리얼한 대사도 있었고, 지금 듣기에는 어색하고 연극 같은 대사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처음엔 뭔가 어색해서 딱딱한 느낌을 받았지만 영화가 진행 될수록 감정 표현, 행동, 말투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서 자연스럽게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 중 주인공 마부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고, 마부의 가족들과 수원댁,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외모에 편중된 요즘의 배우들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마부는 마부와 4남매의 서민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부는 부유한 사장 집의 말을 빌려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마부는 큰아들을 변호사로 만들기 위해 빚까지 져가면서 뒷바라지한다. 막내 남동생은 방황하는(?) 청소년, 셋째 딸도 역시 방황하는 아가씨, 그리고 첫째 딸은 벙어리에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로 나온다. 이 조금은 불행한 가족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50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의 생활상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옛날엔 이랬다 저랬다 라는 말보다, 한 번 보고나니 옛날엔 어떻게 살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영화는 중간중간 관객들을 재미있게 하는 여러 장면들이 나온다. 셋째 딸이 남자를 꼬시러 단장하면서 요염하게(?) 걷는 장면, 마부가 수원댁과 데이트를 하는데 자꾸만 자식들을 만나던 장면, 마부와 수원댁의 관계를 모르고 괜한 힘만 빼는 중년남자 등이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쓰이는 구도나 이야기와 비슷했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벙어리 딸이 죽었을 때와 마지막 큰 아들이 시험에 합격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들은 한 번은 슬프게, 한 번은 감동으로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또, 셋째 딸이 나쁜 놈에게서 구해지는 장면에서의 액션씬과 수원댁과 마부의 재미있는 러브스토리도 인상 깊었다. 반면 마부와 큰 아들이 사장일가에게 부당하게 당하는 모습들은 나를 안타깝게 했다.
이번 영화는 한국영화였기 때문인지, 비록 50년 전이지만 왠지 더 친근한 느낌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많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비슷하게 남아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정보를 찾다가 이 영화가 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탔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보고 나는 과연 그래서 이렇게 재밌었군, 하고 감탄했다. 또, 우리의 큰 아들을 연기하신 신영균님은 무려 서울대 치의대를 나와서 나중에는 국회의원도 했다고 한다. 더 훈훈한 것은 신영균님이 5백억대에 달하는 명보아트홀과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의 공유재산으로 기증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쩐지 심상치 않은 연기를 보이시더니, 정말 멋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고전 영화에, 훈훈한 뉴스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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